사트.svg 상위 문서 : 아미르비아 탐험대

북메디아 원정(자소크어: Durash d'Uatamedia)은 ?년 ?월 ?일부터 4428년 2월 5일까지 아미르비아 탐험대가 진행한 원정이다.

구성원

주요 사건

기록

4427년

5월

4427.5.14


풍속 갈매기. 배 흔들림. 니나니나는 오늘도 멀미, 웩!

(대자로 뻗어있는 알니나스 81세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니디[6]

4427년 5월 14일. 아마자쿠라 서부 해역


아마자쿠라에서 해안을 따라 13일, 칙칙하고 어두운 해역에 도착했다. 지도상으로는 아마자쿠라에서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데 해류가 조금 이상했다. 바다 밑에 무언가가 있나?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지도상의 오류인 것 같다. 자소크에서 가지고 나온 지도와 지리가 일치하지 않았다. 분명히 우리 지도에는 셰르반도라고 하는 커다란 반도가 하나 있고, 좌표상이라면 이곳은 육지여야 하는데, 왜... 바다지?

 

4427년 5월 14일. 아마자쿠라 서부 해역


그래, 하루에 일기를 2번이나 쓰게 될 줄은 몰랐다. 항해사 카사니디님이 동료들의 양해를 잠시 물 속을 보고 오겠다고 했다. 다들 바다 한가운데에서 무슨 짓이냐고 말렸지만, 몇십년이나 바다생활을 하신분이니 믿어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3분정도 지났을까, 카사니디님이 이상하게 장식되어있는 투구 몇개를 가지고 올라오셨다. 분명 철제 투구였는데도 물속에서 녹슬지 않았다. 철제 투구들을 가지고 가느냐를 두고 잠시의 언쟁이 있었다만, 그냥 가져가기로 했다. 그런데 왜 이게 이런데 있는 것지?

저녁쯤, 아마자쿠라에서 받은 지도를 확인해보았다. 그런데, 우리의 지도랑 다르게 이곳이 바다로 기록되어있었다. 이 지도가 조금 더 정확한 것이겠지. 잠시만, 잠시만... 그렇다면...

아마, 우리의 지도는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너무 예전 지도였을 뿐.

 

4427.5.16


풍속 갈매기. 루나루나투니투니는 꽁냥꽁냥, 웩!

(손을 잡고 웃고있는 실루나 클라시에아투니스 5세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니디

4427년 5월 16일. 이렘나 해역


실루나가 옆에서 맛있는게 하나도 없다고 짜증을 냈다. 그러게, 누가 멋대로 따라오랬냐고. 이정도로 지쳤으면 적어도 칭얼대는 실루나를 혼내기라도 해야할 텐데 소우르크님도 동조할 줄이야. 그래, 뭐 아마자쿠라 음식이 맛있기는 했지. 하여간에 24살[7]밖에 안되는 멍청한 꼬마아가씨를 태우는게 아니었는데.

 

4427.5.17


배 안녕. 이제 걸어, 다리 아파!!! 대장 걷는거 빨라, 웩!!!! 웩!!!!

(굵고 튼튼한 다리를 가진 아미르비아 51세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니디

4427년 5월 17일. 이렘나 철랑대, 레트누르 지방 디카네흐리 항구


검은 깃발이 늘어서있고 꽤나 문화가 이질적인 곳에 도착했다. 전신이 다 비칠것만 같은 철골 건물이 늘어서있는 모양은 확실히 자소크의 건축 양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검은 깃발의 아래로는 무장을 한 사람들이 마법 병기를 지닌채로 행진하고 있었다. 살벌한 곳이네. 참. 주변의 사람들은 흔히들 자소크에서 부르는 조원gliquorsin이었다. 하지만, 자소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에 가까운 모습을 한 조원보다는 확실히 하르피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그보다도 저 날개, 꽤 멋지잖아?

 

4427.5.18


풍속 달팽이. 돌아가고 싶어. 작가의 감!

 
니디

4427년 5월 18일. 이렘나 철랑대, 레트누르 지방 디카네흐리 항구


하루정도 이곳에 머물렀지만, 뭐 하나 되는 것이 없었다. 아마자쿠라쪽 기록에 따르면 이곳이 이렘나 철랑대라는 곳이다. 바란 책에는 이렘나 기사단국이라고 쓰여있었지만, 같은 곳이겠지? 그런데 어떻게 자소크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거지? 그나마 텐메이어가 살짝은 통하는 것 같아보이는데 그마저도 '이곳' '아니' '음식' 정도의 간단한 단어일 뿐이다. 소우르크님이 낑낑거리면서 현지인들과 대화로 겨우 음식을 얻어냈다. 멋져보였던 소우르크님을 불쌍하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보다... 난 이게 정말 싫다. 무슨 동물을 보는 것도 아니고. 이곳의 조원들, 그러니까 이렘나인?들은 우리를 무슨 마법 생물체를 보듯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이곳이 타지인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곳이라는 잘 알겠다만, 이렇게나 험악한 곳은 처음이었다.

 

4427년 5월 21일. 이렘나 해역


그래, 소우르크님의 제안으로 일단은 디카네흐리 항구를 빠져나오기로 했다. 그곳에 더 있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 지 몰랐으니까. 배를 타고 3일정도만 항해하면 셀니키히라고 불리는 이곳의 수도가 있다고 한다. 바란쪽의 기록으로는 하스투라페흐라는 곳이 수도라고 적혀있지만, 아마자쿠라의 지도에서는 바다로만 나온다. 무슨 일이 있었나?

-망할 실루나. 또 음식타령이다. 크리상치아 물을 먹은 귀족 아가씨는 좀 다른가?

 

6월

4427년 6월 1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정령 전사의 모습을 한 철제 조각상이 하늘을 향해 그 칼을 겨누고, 어두운 구름 사이를 뚫은 태양빛이 조각상을 휘감아 도시 전체를 은빛으로 빛내고 있었다. 젠장, 압도당한다는 말밖에 안나오잖아? 역시나 한 국가의 수도란 이런 곳인가? 마콘님의 말로는 수도같은 곳으로 가면 말이 통하는 인간들이 한둘은 있을 거라는데... 그 말이 맞겠지. 아무리 이상하고 끔찍한 데라도, 수뇌부들은 지성인들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우리가 멍청하고 바보같은 거다. 그래 모든 사람들이 자소크인(실루나 빼고)이나 크리상치아인들 처럼 생각하면 편했겠다만, 그게 세상이 아니었겠지.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교섭을 시도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은빛 검날이었다.

 

4427.6.2


풍속 달팽이. 돌아가고 싶어. 마콘콘도 화났어. 대장이 기다리래.

(마콘 30세의 화난 얼굴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니디

4427년 6월 2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철각


끌려왔다. 뭐 다르게 말을 할 수 없지 않는가? 디카네흐리 항구에서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이곳에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고. 그래도, 이곳의 상층부는 꽤 지성인들인 것 같다. 기사들도 그렇고. 우리를 철각이렘나의 기사단장이 머무는 곳의 앞으로 끌고 온 기사들은 예상 외로 우리들에게 자상하게 대했다. 우리를 압송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멋지다고 느껴질 정도로 질서 있고 균형 잡혀있었다. 이런 게 역시 기사들인가? 우리는 그들에게 인도되어 철각의 내부로 인도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목숨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계속해서 든다. 분명히 진리는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 다만 우리가 죽으면 이 여행기는 누가 알리지? 이렇게 숨을 붙게나 해줄 수 있는 운명에 감사나 할까?

탐험대원의 누군가가 유사시를 대비해서 저들을 공격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소우르크님이 거절하셨다.

실루나는 이곳에 도착하더니 풀이 죽어서 내내 꼬물거렸다.

 

4427년 6월 3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철각


조금의 수확이 있었다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어쩌면 이곳에의 모험을 할 수 있었을까. 맞아 이렇게 표현하면 좋을 것이다. 자소크 철학단과 완벽하게 관계없는 이곳에 자소크어 통역관이 있었다. 그녀는 조금은 어눌했지만,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내일 기사단장께서 그대들을 보기 원하신다.'라고 말했다. 몇백년전 사람의 말투같아서 조금 신기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내내 풀이 죽어있었던 실루나는 통역관과 만난 후로부터 마음이 풀렸는지 다시 들떠있었다.

 

4427년 6월 4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철각


어두운 조명이 난 철각의 홀 사이로, 탐험대의 발걸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걸음을 걸을때마다 빛은 점점 밝아져오고, 기사단장의 좌 앞으로 가니, 저녁끝의 박명과도 같은 빛이 쏟아져 내려왔다. 이렇게 어두운데에서 생활하면 곰팡이는 안생기나? 기사단장의 좌에서 철갑을 입은 이렘나인이 날개를 땅에 끌려 내려왔다. 통역관은 그를 512대 철랑대장(기사단장) "h'Atenzach m'Ertzpede"라고 소개했다. 소우르크님께서는 마치 크리상치아 왕 앞에 선 것처럼 예의를 갖추었고, 기사단장은 우리를 환영한다고 하였다. 실루나도 한쪽 무릎을 꿇고 예의를 갖추었다. 지금까지의 칭얼대는 꼬맹이가 한 순간에 죽어버린 듯이 고급스러운 자태였다. 저래보여도 귀족아가씨는 귀족아가씨인가? 기사단장은 지금은 회의가 있으니 오후에 다시 접견하자고 하였다.

걱정했는데, 일이 이렇게나 잘 풀릴줄이야. 좋은 기회를 얻었으니, 이 기회로 이렘나의 지식을 본국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난, 그 커다란 조각상을 가까이서 보고싶다.

 

4427년 6월 4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철각


망할. 그래, 운명은 우리편이 아니지 항상. 아 아악![욕을 써둔 후 연필로 박박 지운 흔적이 있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왜 이러는 건데!

오후의 접견에서 우리는 다시 예를 갖추고 기사단장을 맞이했다. 소우르크님께서는 우리의 대표로 기사단장에게 말을 전했다. 문제는 이곳에서 발생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소우르크님께서는 우리 아미르비아 탐험대이렘나의 땅에 온 것을 설명했다. 소우르크님께서는 '우리는 그저 이곳을 지나려고 할 뿐입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기사단장은 통역관의 입을 거쳐 그들에게로 전해진 우리의 부탁을 듣더니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려던 찰나, 어그저께 보았던 기사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소우르크님께서는 해명을 계속 하였고 통역관 역시나 그 뜻을 전했지만, 기사단장의 커다란 고함과 함께 그 시도조차 끝이 났다. 기사들은 우리를 무력으로 끌고 갔다. 우리는 전부 패닉에 빠져있었고, 우리의 안위에도 신경쓰지 못할만큼 혼란스러웠다.

번쩍

진홍빛의 어두운 마법식의 빛이 발하더니, 이렘나 기사중 하나에게 적중했다. 차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사가 땅바닥에 엎어졌다. 우리도, 이렘나인들도 깜짝 놀라 마법공격의 시전자를 바라보았다.

실루나였다. 공포에 빠져 부들거리는 손에서 마법식의 잔기가 치이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그라들었다. 꼬마 아가씨의 은빛 눈동자가 커다란 공포를 머금은 채 흔들렸다.

주변에서 이렘나 마법기사들이 오더니, 실루나에게 고통스러운 마법을 걸었다. 실루나는 온몸을 뒤틀며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다른 곳으로 끌고갔다. 비명소리는 점점 멀어져갔고, 그마저도 사그라들었다.

 

4427년 6월 6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기사단 감옥


감옥에서 그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소지품에 대한 검사와 무기 압수같은 것 말이다. 내 일기장도 그들이 보기는 했으나, 그들 입장에서는 딱히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는지 연필과 함께 돌려주었다. 그보다, 따로 떨어진 실루나는 어떻게 된거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면 좋을텐데...

탐험대의 일부는 감옥에서 어떻게 나갈지 고민중인 모양이다. 누군가는 무력을 사용하자고 하였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죽기 딱 알맞은 선택인 것 같다.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이들을 어떻게 다시 설득할 지 고민중이다. 소우르크님과 다른 학자들께서는 잠도 자지 않고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신 것 같다.

 

4427년 6월 6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우리들이 있는 감옥으로 기사단장과 통역관이 찾아왔다. 통역관이 이곳으로 오더니 자소크의 말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 내용이란, 자신이 통역 실수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자소크 단어에 맞는 이렘나어를 잘못 번역했다고 하는데, 전말은 이랬다. 자소크어로 ‘지나다’, ‘통과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렘나어는 ‘a’Tasa’라고 하는데, 이것의 어원은 ‘밟다’, ‘점령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 ‘a’Tashe’와 같다고 한다. 또한, 이렘나의 문화 특성상 두 단어가 혼용되어 사용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우리의 말은 '우리는 이곳을 점령하러 왔습니다'라는 뉘앙스로 들렸으며, 그들은 선전포고 직전의 사절따위로 생각했나보다. 물론, 선전포고하는 사절을 잡아 가두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다니…

어쨌건 우리는 다시 이렘나의 철각으로 옮겨졌고, 그나마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저녁으로는 꽤 괜찮은 만찬이 나왔고, 이것은 아마자쿠라의 음식맛에 비견될 정도로 맛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편히 먹을 수 없었다. 모두들 걱정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실루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4427년 6월 10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며칠동안 지속된 알 수 없는 침묵은 우리가 감옥에 있을 때보다 더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자유가 주어졌지만, 그 누구도 이렘나의 도시를 탐색하거나, 식생을 관찰하거나 등의 행위를 하고 있지 않았다. 간단한 산책 의외에는 모두가 모여 실루나를 걱정했다. 내일 다시 한번 기사단장과의 접견이 있으니, 그때 말해보자고 결정했다.

 

4427년 6월 11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철각


제기랄, 나쁜 자식들! 나쁜 자식들! 이 사건은 처음부터 너희가 잘못해서 시작한 거잖아! 이렇게 어이없는 처사를 내리다니!

우리는 다시 한번 철각의 어두운 홀을 지났다. 음습한 불빛과 쏟아지는 희미한 빛이 우리의 발걸음을 빛냈다. 우리가 다시 한번 기사단장 앞에 찾아갔을 때, 그는 우리의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통역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실루나라고 하는 아이의 신원은 보장하기 힘들다. 그 아이는 우리의 기사를 공격했으니, 마땅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겠지.’

다른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따지려고 하는 찰나, 소우르크님이 점잖게 다시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말자락의 한끝에서 끝없는 분노가 느껴졌다.

‘그 상황은 우리의 미숙함이 빚어낸 실수입니다. 그러니, 실루나의 잘못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우리와 다시 한번 함께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이런 말을 하기라도 기다렸듯, 기사단장은 1초도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결정에 번복은 없다. 그리고, 그대들에게 3일을 주겠으니, 이렘나의 영내와 실리킬 숲에서 나가라.’

망할 자식들, 누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누구 때문에 실루나가 마법을 사용했는데? 너무하잖아!

 

4427년 6월 12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아침에 일어났더니, 숙소에서 각자 자리의 머리 위에 작은 칼과 독병이 놓여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하게 된 것이겠지. 몇시간동안 회의를 한 끝에, 우리는 떠나기 전에 기사단장에게 한 번만 더 청원하기로 결정했다. 부탁의 말을 다시 꺼내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해지겠지만, 실루나를 이곳에 두고 갈 수는 없었다.

 

4427년 6월 12일. 이렘나 철랑대, 셀니키히 철각


야만인 새대가리 자식들! 쓰레기 같은 야만인 자식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망할 짐승같으니라고! 저주받을 새끼들!

우리는 떠날 채비를 다하고, 그들의 철각에 다시 찾아갔다. 기사단장은 우리가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철각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단장은 우리를 보더니,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 기사들을 통해 무언가를 끌어냈다.

실루나였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너덜너덜해진 실루나는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갈라지는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잘못했으니까, 살려주세요.'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그녀는 우리쪽으로 힘겹게 걸어오려고 했다. 기사단장은 빙글거리며 웃고 있었고, 기사들은 실루나가 움직이려 할 때마다 그녀의 목에 묶인 구속구를 잡아당겼다. 우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공격하려 했으나, 이렘나의 기사단들이 우리의 공격을 해제시켰다.

개자식들아 어떻게 실루나한테 그런 짓거리를 할 수 있어? 아직 24살 밖에 안된 꼬맹이한테!

기사단장이 통역관과 함께 나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은 우리의 신뢰를 잃었다.’

신뢰라고? 망할 자식들아? 네놈들 입에서 그딴 소리가 나오기나 해? 전적으로 너희가 벌인 일이잖아!

‘이 아이처럼 되기 전에, 이곳을 떠나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

실루나는 너무 울다 못해 목을 켁켁거리고 있었고, 구속구에 묶인 팔을 우리를 향해 휘저었다. 그렇지만, 다가오는 칼날의 곡선과 섬뜩한 행군의 진열 사이로 꼬마아가씨의 울부짖음은 멀어져만 갔다.

우리는 철제 조각상이 지켜보는 아래에서 배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4427.6.12


풍속 지렁이. 근데 배는 잘 움직여. 모두 울었어. 투니투니도 울었어. 배 고장 났음 좋겠어.

 
니디

4427년 6월 13일. 이렘나 북쪽 해역


아직도 침울함을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이렘나의 해역을 벗어나 북부의 기계체가 존재한다는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검은 깃발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우리는 목숨의 위협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 하지만, 실루나가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면 이것이 무슨 소용인가?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것은, 소중한 친구를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4427.6.13


파도 늑대. 대장이 배 돌리랬어. 되는 일이 없어. 풍속 달팽이.

 
니디

4427.6.14


풍속 갈매기. 아마자쿠라. 근데 아직 투니투니 울어. 그래서 풍속 달팽이.

 
니디

4427년 6월 18일, 아마자쿠라 북부


벌써 며칠이나 일기를 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것 만큼은 기록해두자. 그 날 이후 우리의 배는 얼마 못 가 파괴적인 해류에 휩쓸려 조난될 위험에 처했다. 결국 아미르비아는 아마자쿠라를 향해 배를 돌리라고 지시했다. 배의 흔들림이 잦아들 즈음에 녀석은 조용히 내 방에 들어오더니 '미안하다'고 말했다. 제기랄,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야 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 녀석의 얼굴을 향해 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아미르비아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그러니 이걸 적을 의무가 나에게는 있을 테지. 바닥에 엎어진 녀석은 아랫입술에서 피가 베어나오도록 깨물며 눈물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그 죽은 듯이 고요한 포효가 그칠 때까지 나는 같이 주저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는 족쇄에 불과하지.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도망치리라."

녀석이 매일 불러대는 노랫말이 어쩐지 이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7월

사트.svg 자세한 내용은 북메디아 원정/초월기계족과의 조우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4427년 7월 4일. 구오 동부. 초월기계족과의 조우


(전략)

대장이 으레 흥분된 목소리로 그 삐걱대는 기계에게 물었다.

"당신네들은 이 나라를 뭐라고 부르고 있습니까?"

기계는 잠시 뜸을 들이는 시늉을 하더니―그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고, 그건 적어도 이때는 아니었다― 다시 그 작고 투명한 부품을 번쩍이면서 푸른 빛붉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그 신호를 더 쉽게 알아보도록 배려―물론 이때도 배려라는 것을 기계가 할 수 있는건지 의심하고 있었다―한 것인지, 긴 신호 사이사이에 한 번씩 빛을 점멸하며 길이를 가늠하기 쉽게 해주기까지 했다. 대장은 종이에 펜을 꾹꾹 눌러 그 신호를 받아적더니 해독 담당인 나에게 건네며 콧김을 뿜어댔다.

'rrrrrrrrr bbbbb'[8]

나는 그 신호의 길이를 눈으로 가늠하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구오'라고 중얼댔다. 이번 탐험 내내 바란어로 쓰인 책만 읽은 탓이 컸으리라. 대장의 눈빛이 다시 음흉하게 빛났다. 부디 대장이 복귀 후에 적을 발표문에는 그 명칭을 생각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수십 줄의 장황한 문단으로 칭송해대지 않길 바랄 뿐이다.

(후략)

 

도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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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2024년 11월 5일 06시 47분 35초 기준. 미디어위키 표현식의 한계에 의해서 이 값은 정확하게 나타나기 힘들다. 정확한 값을 얻기 위해서는 사트/표준#Python 구현에서 설명하는 방법을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디스코드 서버에는 차단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습니다.
  3. 작전 중 실종
  4. 작전 중 사망
  5. 작전 중 사망
  6. 하니디 베르센 모르 비나스토 3세
  7. 지구나이 16살
  8. 원문에는 'aaaaaaaaa ppppp'라고 적혀있다.
  9. 제로켄과 함께 작성
  10. Sakura, 렌디, 네오스티그민, 스치와 함께 작성
  11. 김현제와 함께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