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27년 7월 4일. 구오 동부. 초월기계족과의 조우
(전략)
대장이 으레 흥분된 목소리로 그 삐걱대는 기계에게 물었다.
"당신네들은 이 나라를 뭐라고 부르고 있습니까?"
기계는 잠시 뜸을 들이는 시늉을 하더니―그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고, 그건 적어도 이때는 아니었다― 다시 그 작고 투명한 부품을 번쩍이면서 푸른 빛과 붉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그 신호를 더 쉽게 알아보도록 배려―물론 이때도 배려라는 것을 기계가 할 수 있는건지 의심하고 있었다―한 것인지, 긴 신호 사이사이에 한 번씩 빛을 점멸하며 길이를 가늠하기 쉽게 해주기까지 했다. 대장은 종이에 펜을 꾹꾹 눌러 그 신호를 받아적더니 해독 담당인 나에게 건네며 콧김을 뿜어댔다.
'rrrrrrrrr bbbbb'[1]
나는 그 신호의 길이를 눈으로 가늠하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구오'라고 중얼댔다. 이번 탐험 내내 바란어로 쓰인 책만 읽은 탓이 컸으리라. 대장의 눈빛이 다시 음흉하게 빛났다. 부디 대장이 복귀 후에 적을 발표문에는 그 명칭을 생각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수십 줄의 장황한 문단으로 칭송해대지 않길 바랄 뿐이다.
(후략)
” — 소우르크 18세
- ↑ 원문에는 'aaaaaaaaa ppppp'라고 적혀있다.